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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남참전 기념관과 碑木공원을 돌아보고...
작성일 2014-06-17작성자 강대호조회수 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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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남참전 기념관 앞에 선 역전의 용사들. 아직도 기골과 용맹성은 변함이 없다>

 

​지난 11일(수요일), 상이군경회 광진지회(지회장 최영택)의 주선으로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전적지 순례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이번에는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이 포함돼 나로선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는 07시​45분쯤 보훈회관에 도착, 2대의 버스 중 나는 배정받은 2호에 승차했다. 이미 여러분이 자리 잡고 계셔 빈 좌석이 별로 없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지만, 낯익은 분이 없어 약간 서먹서먹하기는 했지만 곧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국가유공자`라는 동질성일 것이다. 역시 맞은편 신한은행엔 동행동행(同行同幸)이란 문구를 보고 오늘도 행복한 동행이 되길 기대해 본다.

새벽부터 추적거리던 비가 그치고 낮게 깔린 구름으로 약간 우중충하긴 했지만, 그동안 무덥던 날씨가 누구러져 나들이엔 오히려 좋은 날이다. 버스가 8시10분쯤 출발하자 사무장님으로부터 오늘의 일정표와 주의사항, 그리고 4개월 전에 작고, 대전현충원에 모신 고귀동님의 사모님이 주시는 절편과 동백회(회장 차수경님)에서 선물하신 타월과 음료수 등을 나눠줬다.

아아! 고귀동님, 고엽제 모임에서부터 알고 지내며, 이곳에서 더욱 낯을 익혀 모임마다 반갑게 악수하던, 훤칠한 키에 오뚝한 코로 일명 `코주부`로 통하던 신사였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차츰 사라져가는 전우들 근황에 한동안 숙연해졌다.

주위는 온통 물감으로 채색돼 푸른 물이 묻어나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차창으로 스치며 모처럼의 외출에 가슴이 설렌다. 버스는 1시간여를 쉼 없이 달려 원창고개를 힘겹게 넘는다. 산 중턱을 에둘러 휘감아 도는 물안개로 아름답게 전개되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며 우리는 춘천휴게소에 도착했다.

​한숨 돌린 버스는 춘천 외곽을 돌아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베트남참전용사 만남의 장`에 도착했다. 기념관 내부를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는 내내 월남에서 전사한 전우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임춘택대위와 안케전투, 최병섭중령과 뗏(Tet)공세, 송서규대령과 닌호아 2호작전, 지덕철중사와 강구전투, 이인호소령과 해풍작전, 해병신화를 창조한 짜빈동전투, 한국군 전술의 승리 둑코전투를 유명한 전투로 선정, 사진과 함께 전시됐다.

참전 배경-전투부대 파병-베트남전쟁의 성과-평화협정과 철군-아픔과 치유-민간기업과 기술자 진출-베트남전쟁 특수-국가 발전의 원동력-자주국방의 계기-정치적 안정과 북한 위협-경제성장 도약의 계기 등을 순차적으로 분류했다.

이밖에 내무반, 취사동, 훈련체험장, 전투장비, 베트남 전통가옥, 구찌터널 등을 곁눈질로 훑어보았다. 특히 훈련 당시 3대대 연병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뛰고 뒹굴며 군가를 부르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나버린 무상한 세월과 변화된 지형에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훈련 당시, 열악한 환경으로 세수할만한 변변한 시설도 없었다. 훈련후 계곡으로 내려가 비누도 풀리지 않는 철물로 어렵게 땀을 씻어내던 일과 훈련중 휴식시간에 불쑥 나타난 돗자리(모포)부대의 출현으로 깜짝깜짝 놀랐던 일이 떠오른다.

의미 있는 추모비와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은 파월장병으로선 감사하지만, 보다 더 많은 사람이 관람, 국가 안보교육의 장으로 친숙하기 위해선 주변을 더 깔끔하게 정리해 이웃 관광지와 연계, 편리한 교통과 숙박시설의 현실화, 그리고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 대중적으로 변모된 모습을 기대한다.

여기를 떠나면서  나의 뇌리에 긴 여운은 남긴 것은 전시관 2층 입구에 크게 나붙은 " 전쟁은 상처입니다"라는 표어다. 그렇다. 전쟁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6.25의 동족상잔도 끝난지 60년이 넘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그 상처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한국 최초의 해외파병이란 월남전쟁도 종전된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신음하는 참전자가 너무 많다. 전쟁은 승리의 영광은 곧 사라지고 아픈 상처는 오랫동안, 아니 영원히 전흔으로 남을 뿐이다.

일행은 11시10분쯤 파라호 안보관에 도착했다. <1950년 6월25일 새벽4시, 대마도 해협을 통과하던 태풍 `엘시`의 영향으로 가랑비가 내리던 38선 전역 남한의 국군 방어진지에 북한의 맹렬한 포격을 신호탄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라고 안보관 전시벽에 기록돼 있다.

우리는 파로호 안보관을 떠나 멀지 않은 파​로호 선착장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화천댐이 멀리 보이고, 고요한 호수 위를 미끄러져 달리는 보트의 힘찬 물살이 선착장까지 이르려 긴 잔물결로 원을 그리며 조용히 뭍에 오르다 사라진다.

여기의 원 이름은 대붕호(大鵬湖)란다. 화천(구만리)발전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격전장으로 중공군 3만여 명을 수장, 1955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로 명명했다. 그러나 그런 비극은 사라지고 주변 선착장 부근에 각종 음식점이 즐비했다. 우린 `파로호횟집`에서 맛있는 잡어 매운탕으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며 점심을 먹었다.

버스는 산비탈의 굽굽이 길을 돌고 돌아 오후 2시쯤 평화의 댐에 도착했다. 잘 알려진 대로 금강산 지역 임남댐의 수공작전과 붕괴에 대비, 임남댐 물을 받아내기 위한 대응으로 ​1차는 국민의 성금으로 조성됐으며 그 당시 많은 시빗거리를 제공한 댐이기도 하다. 나는 이 댐보다는 `비목공원`에 더 주목해 자세히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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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의 철모며, 누구의 무덤인가? 이름 모를 양지바른 언덕에서 평안한 삶을 누리소서!>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머어언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 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핀 울어 지핀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왜 포연(砲煙)이 아닌, 초연(硝煙)일까? 실은 `초연`의 뜻은 사전을 찾고서야 이해했다. 초연은 포탄이 터지(공격받아)는 연기이며, 포연은 포를 쏘면서 내뿜는, 즉 공격의 연기였다. 잘 어울리는 언어의 선택에 감동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서러움이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표현이다.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 댐 북쪽 배수구를 마주한 고즈넉한 언덕에 자리잡은 비목(碑木)공원 입구에는 비목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1960년 중반, 평화댐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백암산(해발 1,179m)계곡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명희라는 청년 장교가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6.25전쟁 때 전사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발견하고, 그 주인이 전쟁 당시 자기 또래의 젊은이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비목의 노랫말을 지었으며 그 후 장일남이 곡을 붙여 "비목"이라는 가곡이 탄생되었다.

이 밖에도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면서 수습한 포탄과 30여 나라에서 기증한 탄피 등을 녹여 경주 에밀레종과 유사한 세계 3번째 크기의 종이라는 `평화의 종`을 구경하는 사이 구름은 걷히고 따끔한 햇살이 우리를 나무그늘을 찾아들게 했다.

일행은 양구를 거쳐 구리 만성전골 식당에 7시쯤 도착, 한잔 술을 곁들인 갈비찜으로 저녁식사 후 버스가 강변역에 멈춰준 덕으로 ​쉽게 집에 올수 있었다.

전적지 순례 행사를 위해 지원해주신 여러분과 지회장님을 비롯해 열심히 봉사하신 분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모든 회원들이 보다 건강한 몸으로 다시 뵙고, 내년에도 유익하고 의미있는 전적 순례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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