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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나,
작성일 2015-06-24작성자 한창석조회수 674

가끔 무언가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걸.

 

꽃이 피었나,

 

처음엔 그게 꽃 인줄 몰라서 무얼까 하는

호기심에 내버려 두었다가.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꽃이란 걸 알고서는

언제 그 꽃 방울이 터질까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한 송이가 피고

또 한 송이가 피고

잎 새 사이사이 맺힌 꽃 방울이

하나둘 열릴 적마다

 

처음엔 내가 물을 잘못 주어서.

혹은 햇살 드는 창가에 옮겨주지 않아서

창가로 옮기고서는 차가워진 날씨에

잎 새가 자꾸 말라 떨어지는 것만 같아서

내안으로 이름 모를 속앓이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꽃망울이 하나씩 터져가는

그 모습이 좋아서 앙증맞은 아이 입모양 같은

그 꽃이 내 눈에 너무 예뻐서

 

잠시

아주 잠시,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 해버렸다.

 

잎 새가 제 꽃을 피우기 위해서

모든 양분을 위로위로 뻗어가면서.

차츰차츰 저는 저물고 있는 것을.

 

잠시 모른 척 한 사이

제 한 몸이 다 기울어 버렸다.

 

작은 뿌리로는 감당하지 못해서

제 몸으로는 더 이상 힘겹게

꽃 방울로 피워 내기가 버거워서

그래서 점점 옆으로 뉘여 가는데도

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만 했다.

 

지금 내 눈앞에 활짝 핀 꽃이 주는 행복에 겨워서

그 꽃 방울이 차마 피지도 못하는 게 아까워서

쉬이 잘라버리지 못한 마음을,

그 맘이 잎 새를 아프게 했다.

 

아무 말도 못하는 잎 새는 그냥 그렇게

저도 제 한 몸 버티기 힘들다고

 

땅과 마주하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그래도 내가 봐주는 그 시선이 제게 닿아서

말도 못 한 채 그냥 그렇게

제 몸 스러져라 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이제 잎사귀 다섯이 나가 떨어지고

나는 결단 을 내려 야 한다.

 

꽃을 이대로 바라볼 것인가

꽃을 꺽 고 잎 새를 살려 다음을 기약할 것인가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일상에서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쉼 없는 갈등 속에서 고민과 고민의 꼬리를 물고.

 

그리고 이내 나는 결단을 내렸고

나는 내손에 가위를 들고

두 눈 감고 피치 못할 꽃 방울을 뒤에로 하고

다음으로 기약했다.

 

무언가 덜컥하니 내려않는 마음,

무언가 허전하니 바람 한 점

가슴으로 스며드는 스산함

그 마음을 뒤로하고 우린

 

또 다른 결단 앞에서

수많은 고민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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