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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작성일 2015-11-29작성자 한창석조회수 197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누구로부터 받는 일보다도

누구에겐가 주는 일이 훨씬 더 좋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주는 일보다

받는 일이 훨씬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다면 그

것은 탐욕이고 인색이다.

그리고 주지 않고 받기만 하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빚이고 짐이다.

 

세상살이란 서로가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게 마련인데

주고받음에 균형을 잃으면 조화로운 삶이 아니다.

 

주고받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말 한마디, 몸짓 한 번, 정다운 눈길로도 주고받는다.

따뜻한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고

차디찬 마음이 차디차게 전달된다.

 

마지못해 주는 것은 나누는 일이 아니다.

마지못해 하는 그 마음이 맞은편에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덕이란 그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라기보다도

이웃에게 전해지는 그 울림에 의해서

자라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할 것 같다.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자신을 일몰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

그 일몰 앞에서 삶의 대차대조표가 훤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때는 이미 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다가 간 자취를 미리 넘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 자신으로서는 볼 수 없다.

평소 자신과 관계를 이루었던 이웃들의 마음에 의해서 드러난다.

 

이 세상에서 받기만 하고 주지 못했던

그 탐욕과 인색을 훌훌 털어내고 싶다.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던 것들을

새 주인에게 죄다 돌려 드리고 싶다.

 

누구든지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게 맡겨 놓은 것들을 내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두루두루 챙겨 가기 바란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이것이 출세간의 청백가풍淸白家風이다.

 

-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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