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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집이 된 애늙은 노병의 고백
작성일 2007-12-05작성자 한상원조회수 509
몇 번이고, 며칠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뒤흔들어 말라 비틀기의 챔피언인 너 고엽제. 과연 챔피언답구나....! 너의 그 솜씨를 알기에 피하고 싶었고, 너의 그 솜씨를 알기에 신앙으로 이기려 했지만, 나는 너의 그늘을 피할 수가 없는 무력자였었구나....!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힘겨워 하는 해골 피(皮) 속에는 해골은 찌그러들고, 줄어들고, 오물대다가 잃어버린 굵은 강냉이를 사모해서 타들어 가 하얗게 바래진 눈을 뜬 내가, 나머지 강냉이 맛이라도 볼 양으로 강냉이를 비집고 나온 혀를 달래본다. 한사코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너 혀에게 목이라도 축이고 나가자고 달래본다. 누가 이산화탄소를 말하고, 공해를 말하는가?! 바람소리 타고 온 뱃고동과 어울려 한껏 목청을 돋우는 풀벌레 소리, 마른 나무라도 타고 상하를 구가하는 매미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뭐? 지금이 겨울이라고?! 그렇다면 더위를 느끼며 양말을 거부하는 내 발, 무더위 속에서 가을을 기다리며 샌들을 신는 내가 정신병자라는 말인가?! 무섭다. 내가.... 그러나,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독백하며 다짐을 하며, 30년 전에 나를 미치게 한 술대신에 입술을 깨물어 본다. 그리고, 겨울을 느끼라고 나를 몰아세우는 너희들을 보고 한여름을 사는 나는 애간장이 타고 피가 끓는다. 그래, 나도 겨울을 느끼기라도 해 볼까? 그 월남 전쟁이 뭐 길래....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무참히 군화로 어린 아이를 밟는 공산당은 싫어서, 한가로이 야자열매로 목을 축이던 노인들을 마루 아래로 모는 VC가 싫어서 이들 몰아내려 운반하던 두 발들이 105m/m포탄박스는 나를 더위에 길들여 사철모르는 여름을 살게 하고, 어깨, 허리 다리 복성 씨라던가 뭔가 단어 속에서 여름을 졸업할 수 없게 만든다. 다들 여름은 제철이 아니라는데.... 바람타고 들리는 뱃고동 소리가, 바람타고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잠을 설치게 만드는 매미소리들은 천국을 사모케 하여 천국으로 가려는 나의 발목을 붙든다. 놔라, 놔라! 나의 발목 부러지겠다! 놔라, 놔라! 가는 세월을 더디게 하여 천국을 막는 네 손길 때문에 내 발바닥은 열이 나고 가시가 돋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공해로 사라진 풀벌레소리, 매미소리를 듣는다. 아아! 트럭 위의 포탄박스를 깔고 앉아 한여름의 태양과 바람소리를 즐기던 사라진 나의 젊음은 여름에 길들여져서 여름뿐인 애늙은이로 살게 만든다. 그러나, 꿈자리가 사납다고 투덜거리면서도 VC란 귀신, 공산당 귀신을 잡으러 나갔던 골병들, 정글 속으로 호랑이 타고, 정글 속으로 백마 타고 나갔던 전우들은 바람결에 아련히 정글 속에서 헤쳐 나오지 못해 정글을 키우는 비료가 되어 버렸다고 전해주네! 불이야! 불보다 더 큰 무엇이야! 정글의 가시에 찔려 돌아온 패잔병인 나는, 희미해진 눈을 들어 그들을 사모하는 행렬에 끼어들며 그리움을 키운다. 그래도 나는 줄기차게 가시에 찔리지 않아서, 포탄박스 깔고 바람을 가르며 태양을 즐겼던 나이기에, 지금은 한여름의 매미소리를 즐기는 나로 살아서, 나보다 먼저 정글로 내달은 전우들에게 부그러움을 느끼며 머리 속으로만 그리워 하는 내가 싫다. 사철은 어디가고 여름이 계속는가?! 공해 탓이란다?! 빡빡해진 눈을 적시는 이슬로 인해 한껏 부드러워진 눈을 들어 나의 전우들은 어디에 있어, 그 정글의 가시가 무엇이 그리 좋다고 헤쳐나오지 못하는지 멀건 눈을 들어 정글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엽제 후유의증 경도환자, 전상군인으로 7급 국가유공자 된 나는, 정글로 갔다가 헤쳐 나오지 못한 옛 전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나의 국가유공자 뺏지를 드리고 싶지만 앞서는 부끄러움 때문에 손을 감춘다. 정글로 가버리고, 오늘도 정글로 가는 전우들이여, 정글로 가버린 전우들의 아내여, 자손들이여! 맥없이 오늘을 살고 내일로 전우들을 따라 나설 나를 부끄러워하오. 맥없이 손만 들고 있는 나를.... 그리고 내게 지금은 겨울이라고 설득하려는 너희들아! 한줄기 오줌이라도 갈겨주고 싶지만 옛날 같지 않구나?! 매미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나의 여름, 국가유공자 7급은 가져가고.... (국가유공자 아무나 되나....?!) 나도 겨울이 뭔지를 느끼게 해 보라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나는 오늘도 바람소리 따라 오는 뱃고동소리, 풀벌레소리, 매미소리의 무공해를 즐기는 애늙은이로 천국을 사모하며 기다린다.(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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