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송경태 사하라 마라톤 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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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11-03작성자 송경태조회수 4,245 |
그동안 격려해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11월 5일(토) KBS 제1TV 오후 8시 - 9시 한시간동안 KBS스페셜로 사하라 마라톤대회 전 과정을 방영할 예정이오니, 부디 많은 시청 바랍니다. 다시한번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제1회 북 아프리카 이집트 사하라 사막 마라톤 완주기
글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전북장애인신문사 발행인, 서남대학교 강사, 박사과정)
지난 2005년 9월 25일 부터 10월 1일 까지 북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개최된 제1회 이집트 사하라 마라톤대회 250km 완주기입니다. (33개국 106명 참가, 기권 29명, 한국팀 13명 참가, 기권 5명, 기록 69시간 2분, 순위 71위)
또 눈을 떴다. 어디가 어딘지 아직 모르겠다. 아직 사막에 있어야 하는데, 덥지도 않다. 목도 안 마르다. 옆에 있어야 할 도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어디일까?
한참을 생각 후에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렇다. 이제 나는 안전한 땅, 축복의 땅, 물이 있는 곳, 생명의 풀이 있는 곳에 있는 것이다. 마냥 행복하다. 아아!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이제 푸른 산에 가면 두려운 행복이 될 것 같다. 너무 행복해서 조금이나마 날아 간다면 가슴아픔을 참기 힘들 것 같은 조바심에.
며칠 전 까지 나는 사막에 있었다. 서바이벌 사하라 사막 마라톤 250킬로 미터를 도전하고 있었다. 누군가 시켜서 왔다면 백번도 더 포기를 했을 것이다. 뭔가를 생각하겠다고 하면서 의미를 두면서 참가한 머리는, 온통 눈으로 받아들여지는 쇠조각 같은 돌덩이와, 금방이라도 살을 녹일 것 같은 뜨거운 모래를 보면서 생각의 기능을 상실한 것 같았다.
괜히 음성온도계를 가져왔나 보다. 차라리 모르면 더욱 좋았을 것을! 온도는 58도를 가르켰다. 이런 곳을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게 하는 것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선택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것이었다. 머리의 한쪽에 저장된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의 이미지도 에너지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숨을 곳 하나, 그늘 하나 없는 사하라 코스에서, 가족을 떠올리면 어찌 그리 눈물이 펑펑 나오든지. 옆에 있는 도우미가 모르도록 소리를 죽이고 눈물이 만들어져 나왔다.
사막에서 눈물은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몸 전체를 시원하게 하는 작용을 해주었다. 모래바람이 들어가지 말라고 만들어진 고글은, 나의 눈물을 가두어서 습기를 만들었다. 가끔 안경을 들면 주루룩 덩어리 눈물이 쏟아 진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 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그 동안 조금이나 잘못 살았던 삶을 반성해 본다.
특별한 것이 아니고 평범한 것이었다. 가족들, 부모님, 친구와 지인들 등 내 곁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면 잘 해주어야지 하고 다짐을 해본다.
멍한 순간이다. 도우미 배낭과 내 손목에 매어 있던 1m 짜리 생명줄이 갑자기 당겨 진다. 헉! 쓰러진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딱 10분만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엉덩이가 너무 뜨겁다. 나도 모르게 용수철처럼 몸이 하늘로 뛰어 오른다.
순간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큰 아들 녀석 생각이 혼미한 뇌리를 스친다. 아빠! 아빠! 힘내! 하는 소리가 고막을 강하게 때린다.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배낭을 벗고 귀중한 생명수를 꺼내어 여기 저기 부어 적신다. 아! 뜨겁다. 몇초 지나야 뜨거움이 시원함으로 바뀐다. 커피를 그냥 넣어서 흔들면 바로 마실 수 있고, 컵라면을 그냥 넣어 먹을 수 있는 온도로 물이 태양에 데워져 있었다.
최대한 줄이고 줄인 일주일치 식량과 생활용품이 들어있는 배낭의 무게는 자그마치 20.5kg이다. 어깨는 이미 피멍이 들어 쓰리다. 필생즉사요, 필사즉생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생각났다. 살기 위해 귀한 식량 3분의 2를 눈물을 흘리며 과감히 버렸다. 새털처럼 가벼웠다. 신발속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한증막이다. 발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종아리도 뜨거운 모래와 작열하는 태양에 노출되어 엉망이다. 꼭 어릴 때 할머니가 챙겨 주던 광주리의 홍시감처럼 변했다. 물렁 거리는 순서대로 터지고 있었다. 구멍 난 자전거 튜브처럼 여기저기 실로 꽤매고 밴드로 땜질한 발과 종아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까지 되면서 가는 의미가 무엇일까? 과연 마지막 날까지 버틸 수 있을까?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가 떠올려 지기도 한다.
새벽이 두렵다. 오늘도 얼마의 고문을 나 자신에게 시켜야 될지? 오늘은 사하라의 태양이 얼마나 나를 말릴지? 오늘 밤은 지축을 뒤흔드는 강풍이 얼마나 잠을 설치게 할지? 아무튼 이것은 나의 영향력의 원 밖이다.
사하라 사막이다. 극한상황이다. 더듬더듬거리며 아침밥을 입에 억지로 밀어 넣고, 눈치 봐 가며 생리현상 해결하고, 그날 필요한 식량점검하고, 장비점검하고, 복장착용하기도 왜 그리 바쁜지? 나는 삶에서 누구를 광명의 세계로 인도 하였는가? 누가 바른 길로 가도록 고무시켰는가? 나로 인하여 올바른 삶을 살도록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본다.
오늘도 최소한 2000kcal 이상의 영양이 공급되야 한다. 그러나 첫날 식량을 버린 탓에 허기를 생명수로 채우며 배고품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많은 갈등과 아픔과 희열속에서 피오줌이 나왔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고 위로해 본다. 밤 하늘은 별이 쏟아질 것 같이 선명하다.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6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이면 끝난다는 정신은 육체의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만들었다. 피라미드를 통과 하고 완주 메달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 돈다. 사랑하는 자식이 보는 앞에서 역경을 이겨준 자신에게도 감사를 한다.
이제 삶의 의미를 다시 새기자. 죽음의 문턱이 삶과 바로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푸른 들과 산을 가진 조국에게 감사한다.
다시 새로운 삶, 더 정직한 삶, 더 친절한 삶, 더 성실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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