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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차 대통령 라디오 연설문
작성일 2010-03-23작성자 관리자조회수 14,694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한 해 사이에 우리 국민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두 분을 떠나보냈습니다.

바로 1년 전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고,
최근엔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두 분은 모두 맑고 향기로운 영혼으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고,
세상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스승이셨고,
사랑과 무소유, 나눔과 베품 이라는
참으로 귀한 가르침을 남기셨습니다.

‘희생 없는 신앙’을 경계한 간디처럼,
말보다 삶 자체로 보여주셨기 때문에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추기경님의 마지막 말씀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었습니다.

그 말씀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장기기증이나 봉사활동이 크게 늘었습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욕심 없는 마음에 더 큰 자유와 행복이 깃든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스님은 “내 것으로 남는 게 있다면
사회를 위해 쓰라”하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무엇이든 베푸셨고.
스님께서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비우셨습니다.

두 분 모두 자신에게는 더없이 엄격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따뜻했습니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기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할 것을 가르치셨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았습니다.

두 분은 특히 화합과 관용의 정신으로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깊은 교류를 하셨습니다.

스님은 길상사 개원 법회에 추기경님을 모셨고,
추기경님은 명동성당에 스님을 모셔 강연을 들었습니다.

지난 역사에서 우리 민족은
마음과 뜻을 모으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크고 작은 갈등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분의 이러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만남은
우리에게 진정한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며칠간 두 분과의 인연을 되새겼습니다.

추기경님을 처음 뵌 것은 197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울산에 현대중공업 근로자를 위한 병원을 세우게 되었는데,
그 때 저는 추기경님을 찾아가 천주교에서 운영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추기경께서는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하필 왜 우리에게 찾아와서 맡기려고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신부님과 수녀님이 맡아주시면, 우리 근로자들이 더 빨리 나을 것 같다” 고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때는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1960년대 초, 군에 자원입대해서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는데,
거기서 받은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확장증으로 퇴소 조치를 받았습니다.

그 뒤 어떤 분의 도움으로
시립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무료 환자인 탓인지,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아 결국 도중에 나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가톨릭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저 같이 가난한 환자를 차별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셨습니다.

수녀 간호사들께서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지,
약을 안 먹어도 병이 절로 낫는 거 같았습니다.
그 때 저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친절하게만 해 줘도
환자 병이 반은 낫는다’ 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0년도 훨씬 더 지나서 이런 사연을 말씀드렸더니,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답하셨습니다.

선종하시기 두 달 전쯤 위독하시다는 말을 듣고 병문안을 갔었는데,
추기경님께서는 “누워서 손님을 맞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셔서,
오히려 제가 송구스러웠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해 달라”고 하며
격려해 주시고 늘 기도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평소 김수환 추기경님의 묵주를
집무실에 놓아두고 보고 있습니다.

선종하신 뒤 가까웠던 분들께 드리는 유품이라고
비서 수녀님께서 보내준 묵주입니다.
때때로 묵주를 보면,
추기경님의 따뜻한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저는 법정스님을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늘 존경해 왔습니다.

특히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가 좋아서 자주 읽었습니다.
여름휴가와 해외 출장 갈 때
그 분의 저서를 비행기 안에서 읽곤 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저서의 수익금을 모두 장학금으로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돕는지를 모르게 도우셨습니다.
당신이 준 것은 스스로 잊으셨고,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베품을 실천하셨습니다.

정작 스님께서는 어릴 때
학비가 없어서 운 적도 있고,
보릿고개도 뼈저리게 겪었으며,
아플 때 병원 갈 돈도 없었던 분이셨습니다.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 이라든가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말씀이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오늘, 우리 곁을 떠나신 두 분을 기억하며,
이 분들의 가르침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보배임을 거듭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는 좋은 말도 많고
아름다운 글도 많지만
몸소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두 분은 평생, 말씀 그대로 사셨습니다.
제가 오늘 국민 여러분과 함께 거듭해서
두 분을 기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말만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실천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까?

내가 조금 더 참고
남을 좀 더 배려하며
서로 나누고 베풀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나라를 돕는 일도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그 나라를 도우며
미래를 함께 열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길입니다.

지난 주 내내 꽃샘추위와 황사,
그리고 눈과 비가 이어졌습니다.
그럴수록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건강한 한 주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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